지금 내 페이스북피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호주의 한 대학교수에 관한 것이다. 아주 짧게 요약해보자면, 그 교수가 개인적인 소셜미디어에 남긴 댓글이 문제가 되면서 학교측에서 교수의 자질을 문제삼아 말그대로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찬반의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내 주변 대부분의 호주인들 (대학에서 일하고, 가르치고, 공부하고 있는)은 그 교수를 지지하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번 일이 궁금해지면서 많은 ‘블로거’들의 글들을 읽어보았는데, 이 블로깅이라는것이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생각해보게 되더라. 블로깅이나 소셜미디어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고, 특히 나같은 경우에는 소셜미디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경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즉 소셜미디어에 감사하고 살아가는 사람 중 한명이다. 소셜미디어 중독에 관한 문제나 온라인 세계에서의 어긋난 인간관계등의 어디서 그렇게 잘못된 것들만 미디어에서 보여주는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대부분 소셜미디어에 꽤 부정적이다 (내 생각에는).
예를들어, 인스타를 얼른 끊어야 한다는둥, 오늘부터 한달간 페북금지! (이건 또 뭔소리야?) 어머 너 트위터해? 그런걸 왜해? 시간낭비야 라는 이야기는 자주 들려오고 또 직접 들어본 적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길래 저런 소리들이 나오는지 몰라도, 나는 논문자료찾거나,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내 관련분야에 관한 뉴스등 또는 황당한 이야깃거리나 그냥 무한루핑 하면서 보게되는 귀여운 동물들 비디오나 GIF등도 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매우 잘 쓰고 있다. 아무튼, 이러한 소셜미디어에 내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실 나부터도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나 사진등은 올리지 않는다. 왜?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그 무서운 ‘개인정보 털리기’가 싫어서. 또 인터넷에서 (옛날 하이텔시대부터도 그랬었지만) 익명성을 무기로 하고싶은말 마구잡이로 막 하는 인간들도 많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가지고 물고 뜯는 인간들, 또한 나의 ‘일’과 관련하여 내가 일하는 곳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개인적이지만 어느정도 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이미 필터링이 된 글들만 올리게 되더라. 인스타의 경우도 그렇지 않은가? ‘나의 공간’이라고 해놓은 그곳에서 사실 더 예쁘고 멋진 사진을 올리기 위해 수없이도 셔터를 누르고 있을걸 다들? 소셜미디어라는 곳이 그런곳이다. 매우 사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공적인, 매우 안전하지만 또 매우 위험한 그런 공간이 바로 소셜미디어.
대학의 교수 신분으로 도가 지나친 정치적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것은 잘못이 아니다. 내가 이쪽이냐 저쪽이냐의 문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내가 지지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나 혹은 반대하는 쪽에 대해서 비판의 말을 때로는 비난의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왜? 내 개인적인 생각을 내 공간에서 풀어놓는 것이니까! 하지만, ‘좀 더 조심하지 그랬어’ 라는 말을 우리는 이러한 경우에 하곤 한다. ‘아 왜 그랬어!’ 라던가 ‘그런말을 왜 했어!’ 라는 말도.
좀 더 신중하게 글을 올렸어야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사람은 큰 잘못이 없다. 어떠한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친구와의 대화중에 그냥 글로 옮긴것 뿐인데 말이지. 그리고 이렇게 모든 개인적인 행동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댓글까지도) 문제가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마치 초딩학교때 쓰던 비밀일기장에 열쇠라도 하나 달아서 써놓고 나만 몰래 읽고 써야 하는 건가? (사실 그 열쇠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열리는 열쇠다)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다들 ‘내 일이 될 수도 있기에’ 그 교수를 지지하기 시작했고, 그 지지가 인터넷상에서 시작되고 있다. ‘블로그를 해서 직장에서 잘렸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내가 다 볼 수 없었던 유용한 자료들이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일들 그리고 직접만나지 않아도 어떠한 일에 대한 개개인의 생각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와 블로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글을 쓸때마다 누군가의 눈을 의식해서 써야만 한다면, social 미디어는 사람들을 sociable 할 수 없게 할것이다. blogging도 곧 blocking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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