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루하루를 폭염주의보와 열대야에 맞서 싸워야하는 여름더위의 하이라이트, 8월이 되었다. 백화점,마트,영화관등 더위를 피해 시원한곳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 시기에 나도 엄마랑 백화점 지하에 자리한 잘 가는 커피전문점에 자리를 잡았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점심도 먹고 수다도 떨며 ‘시원하게’보낼 수 있는 곳이라서 여름엔 특히 자리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내가 특히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다양한 우리의 아줌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젊은 아줌마라고 할 수 있는 소위 ‘맘족’부터 손주 손을 잡고 온 ‘할줌마’ 그리고 얼핏 보면 매우 비슷한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을 한 것 같지만 각각의 개성을 살려 곱게 차리고 계모임에 온 한무리의’아줌마들’까지, 늦은 오전에서 이른 오후까지의 백화점, 마트, 그리고 커피전문점들은 온전히 아줌마들의 차지가 된다.
백화점 지하에 아줌마들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정기모임 (예를 들어 계모임, 아이들 학교의 학부모 모임, 동네친구 모임, 동창모임 등)을 백화점에서 잡으면 서로가 만나기도 편하고, 또 백화점에는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한번에 해결할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엄마의 경우를 보면, 한달에 한번 꼭 만나는 아줌마들이 계시는데, 모임의 일정은 대부분 점심식사 전의 오전시간에 다같이 백화점에서 만나서 같이 쇼핑도 하고 식당가에 올라가서 밥을 먹은 뒤에 커피전문점에 가서 나머지 수다를 떨다가 먼저 가야할 분들은 먼저 자리를 뜨고, 백화점에 함께 위치한 마트나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가지고 오는 일정이 주를 이룬다. 백화점에서 한번에 쇼핑,모임,수다,그리고 식료품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줌마들은 백화점에서의 모임을 선호하는것 같고, 따라서 다른 곳과 달리 백화점내의 커피전문점은 오전에서 오후시간동안 아줌마 고객들로 붐비게 되는 것이다.
모임이 없는 날에도 아줌마들은 백화점에 온다. 단순히 쇼핑을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문화생활을 하기 위함인데, 예를들어 노래교실과 같은 아줌마를 위한 문화센터 강좌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아줌마, (맘족)들의 경우에도 아이들과 엄마를 위한 문화센터, (aka 문센) 수업을 위해 백화점에 오는데, 이 모습이 또 장관이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 아줌마들이 비슷한 브랜드의 유모차를 끌고 비슷한 패션으로 아기들을 태우고 백화점을 다니는 모습 또한 ‘아줌마 문화’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센을 통해 또래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들끼리 정보공유도 하고 동시에 아기들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사회생활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젊은 아줌마들의 문센과 중년 아줌마들의 문화센터 강좌는 단순히 시간많은 아줌마들이 ‘놀러’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사회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일부 혹은 많은 사람들은 백화점 커피전문점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또 아기를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젊은 아줌마나 중년의 아줌마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속을 들여다 보지도 않고 그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아줌마’에 대한 편견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은 아직도 꽤 매우 퍽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군가 중년의 여성을 ‘아줌마’라고 부른다면 듣는 사람은 이내 불쾌한 표정을 짓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줌마라는 호칭은 아무 죄가 없다. 미디어에서 잘못 만들어진 아줌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 그리고 개선의 여지없이 아줌마는 그저 무례하고 무식한 나이든 여성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우리사회의 변하지 않는 인식도 큰 문제이다. 아줌마라는 호칭에 대해서 누군가 이런말을 했었다.
‘요즘 서울에 아줌마가 어디있어요? 시골이나 뭐 교육수준이 낮은 여자들이나 아줌마라고 부르지! 요즘 여자들은 고학력에 그리고 도시에 살고 그러는데 무슨 아줌마예요? 그리고 나이든 아줌마들이나 시간많아서 놀러다니지, 워킹맘들은 얼마나 힘들게 사는줄 알아요?’ (끝이 없지만 이정도로 요약)
어이가 없어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울에는 워킹맘이고 시골에는 (시골이라는 단어도 웃기지만) 아줌마라뇨? 교육수준이 낮은 여자는 아줌마고 고학력 여성은 아줌마가 아니다? 나이든 아줌마들이 시간많아서 놀러다니고 워킹맘은 힘들게 산다고?
여기에서부터 벌써 여성이 여성에게 갖는 편견이 무섭다는 걸 알 수 있다. 서울여자/시골여자, 고학력/저학력, 나이든아줌마/워킹맘 으로 나누어 버리는 저런 사고 방식은 어디서 나온것인지? 아줌마는 왜 저학력/나이들고/시간많아서 놀기만 하는 여자로 그려지고 있는건지? 아줌마들은 힘들게 살지 않았나? 우리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현재의 여성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걸까? 왜 아줌마보다 워킹맘만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두가 다 힘들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건지?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래서 어딜가면 아줌마라고 부르는 사람을 무식한 사람으로 쳐다본다. 아줌마 대신에 아주머니, 사모님으로 불러야 한다고 누군가 그러더라. 아주머니, 사모님이 왜 더 우월한 호칭인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줌마라는 호칭은 어쩌다가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일간지의 특별취재팀이 서울시내 일대에서 40~60대 여성 12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는 흥미롭다. 60명에 게는 ‘아줌마’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다른 60명에게는 ‘아주머니’라고 부르며 말을 건 이 단순한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아줌마’라고 불린 60 명 중 18명은 불쾌해하거나 대답조차 없이 지나간 반면, ‘아주머니’라 고 불린 60명 중 그냥 스쳐 지나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더 친근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여성성을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사회적 지위와 인격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Allure Korea, 대한민국 아줌마 보고서 중에서 <http://www.allurekorea.com/2014/09/04/>
아줌마라는 호칭의 부정적 시각은 잘못 만들어지고 잘못 인식되어진 것이다.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줌마는 중년여성을 무시하는 호칭이라는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
‘아줌마’라는 호칭은 억울하다. 아줌마를 그렇게 만든건 세상이다. 세상이 만든 그런 ‘아줌마’는 없다. 진짜 ‘아줌마’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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