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2016년 1월 3일, 나는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엄마의 전쟁’ 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3부작중에서 첫번째편으로 육아와 회사일로 힘들어하는 요즘의 워킹맘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의 다른 직업의 워킹맘의 예를 보여줌으로써 워킹맘들이 얼마나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 본인은 밥도 먹지 못한채 회사로 나서는 워킹맘. 잠에서 일어나 이미 직장에 간 엄마를 그리워 하며 우는 딸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예전의 소위 ‘아줌마 세대 (50대에서 60대)’와 다르게 현재의 젊은 ‘맘 세대’ 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이다. 본인의 커리어를 쌓고 또한 육아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수퍼우먼으로 살아가야 하는 워킹맘들의 삶은 매우 고달프다. 일주일 내내 어린이 집, 돌보미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께 맡겨져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아이들도 안타깝지만, 동시에 그러한 아이들을 억지로 떼어놓고 회사로 나와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고 커리어를 쌓아가야 하는 워킹맘의 처지도 또한 매우 안타깝다.
워킹맘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기엔 매우 힘든일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일과 육아의 균형을 알맞게 맞추면서 살아가는건 워킹맘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러한 균형을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게 워킹맘의 현실이다. 다큐멘터리 초반에는 이러한 워킹맘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나는 이 다큐멘터리에 실망감이 들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워킹맘의 어려움 (엄마로서 육아와 사회인으로서 커리어를 쌓는것)을 계속 보여만 주고 있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나 또 다른 제안을 전혀 해주지 않았다. 또한 오히려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고 하는 워킹맘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뉘앙스로 프로그램을 전개시켜나간 느낌이었다. (둘 중에 하나만 골라라! 를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인가 아님 가정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 제작자의 질문에 또 한 번 실망했다.
당신은 엄마입니까 아니면 여자 입니까?
여자냐 엄마냐를 묻는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 이 질문 자체가 틀린 질문이었고 매우 편협한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 질문이었다. 여자와 엄마를 나누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 질문속에는, 엄마는 여자가 될 수 없고 여자는 엄마가 될 수 없는 마치 아줌마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 3의 성으로서 아줌마는 그냥 아줌마! 라고 치부해버리는 시각과 같다고 보여진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여자도 엄마이고 엄마도 여자이다. 엄마와 여자 모두 사람이다.
엄마가 될래? 아니면 여자가 될래? 가 아니라, 엄마와 여자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한 제작진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남자인가요 아님 아버지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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